김성철 코멤텍 대표 | 국내 최초 수소연료전지용 MEA 양산 구축, 가격 경쟁력 확보로 글로벌 시장 도전장

관리자
2022-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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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철 코멤텍 대표

사진설명김성철 코멤텍 대표



전라남도 영광군 대마면 전기차1로에 자리한 코멤텍(KOMEM TEC)은 미국과 일본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폴리테트라 플루오로에틸렌(PTFE)’을 독자 개발한 벤처기업이다.


PTFE는 화학물질이나 260℃의 고온, –260℃의 저온에 노출돼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다. 기존의 폴리프로필렌(PP)이나 폴리에틸렌(PE) 등의 소재는 화재나 폭발에 약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선 별도로 보호 필름을 덧씌워야 하는 수고가 필요했다. 반면 PTFE는 열과 냉기에 모두 강하다. 산이나 알칼리 등에 노출돼도 정상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덕분에 대기용 필터와 수처리 필터, 보건용 의류, 연료전지 강화막 등 쓰임새도 여러 곳이다. 개발 초기 대기 중에 먼지를 흡착하는 필터에 집중하던 코멤텍은 연료전지 스택(Stack) 중 약 20%의 비용을 차지하는 전해질막 분야로 시선을 돌리며 국산화가 어렵다던 수소차 연료전지의 전해질막 분야에서 기술력을 입증했다.


자체 개발한 PTFE의 안전성이 코멤텍의 가장 큰 무기이자 기회였다. 서울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김성철 코멤텍 대표는 “작은 벤처기업이 글로벌 대기업들과 일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기술력 덕분”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세계 3번째, 국내 최초… 하지만 쉽지 않은 현실


수소연료전지의 전해질막은 매우 얇은 멤브레인에 이오노머 약액을 정밀하게 도포해 생산하는 제품이다. 공급시스템 내 기포가 유입되지 않도록 밀폐상태를 유지해야 하는데, 극산성인 약액 때문에 재료가 부식이 되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 소재는 대부분 고가로 손실을 줄여 원가를 절감하는 게 과제였다.


사실 PTFE 전해질막은 그동안 미국 기업 고어사(W.L. Gore & Associates)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970년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후 40여 년간 전 세계 시장을 거의 독점해왔다. 이러한 시장 상황은 현재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고어사의 전해질막을 쓰는 건 이젠 공공연한 비밀이다. 코멤텍은 이러한 시장에서 국내 H사와 일본의 T사 등 완성차 업체들과 10년 이상 수소연료전지 부품 공급 계약과 공동 개발협약을 진행 중이다.


김성철 대표는 “사실 공급 계약이나 협약의 규모가 크진 않아 매출 면에서 비중이 높진 않다”며 “벤처기업이 세계 시장에 이름을 내고 점유율을 높이는 데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것도 걸림돌 중 하나. 차 시장이 좁으니 부품 시장도 작고 폐쇄적이라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코멤텍은 트럭, 버스 등 대형 차량을 타깃으로 삼고 외형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기존 완성차 시장에선 경쟁이 치열해 틈새를 공략한 것이다. 2019년엔 중국의 수소 버스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미국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지게차, 굴착기, 트랙터 등 소형 건설 장비나 농기계 분야로도 진출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의 자금을 확보해 지게차에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뒤 성능을 검증하는 과제도 수행 중이다.


김 대표는 “전기차도 그렇지만 수소차도 현재로선 보조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궁극적으로 대중화되려면 차의 가격을 낮춰야 하는데, 민간 기업들이 서로 경쟁하며 부품이나 소재 가격을 낮춰야 범용화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기존 PTFE와 코멤텍의 PTFE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김 대표는 특히 가격을 강조했다.


“저희 제품이 한발 앞서있다고 자부합니다. 왜냐하면 후발 주자의 제품이 기존 제품을 상회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받아주질 않거든요. 게다가 엄청 쌉니다. 기존 제품이 1m에 200~300만원이라면 저희 제품은 그의 반값이에요. 싸고 좋은 제품이, 그것도 국산화에 성공한 제품이 있다는 걸 널리 알려주십시오. 벤처기업이 숨 쉴 수 있는 문이 열려야 합니다.”



▶20년간 PTFE에 매진, 지금도 설계 도맡아


코멤텍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선임연구원이던 김 대표가 PTFE를 개발하며 2007년 창업했다. 어찌 보면 십수 년 이상 PTFE란 한 우물만 파온 셈이다. 미세먼지 필터 분야를 시작으로 2015년 수소차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며 라인업을 넓혔다. 2015년엔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 1기 보육 기업으로 선정되며 이듬해 수도권에 자리 잡았던 본사와 공장을 전남 영광으로 옮겼다.


현재 13명으로 늘어난 직원 중 9명이 개발인력, 제품 설계는 지금도 하나부터 열까지 김 대표가 직접 진행하고 있다. 현재 코멤텍은 수소연료전지 전해질막의 실증 시험을 넘어 양산 설비를 확충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코멤텍의 전해질막은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시행한 품질 테스트를 통과했고, 미국 에너지국(DOE)이 설정한 기계·화학 내구성 기준에 부합하며 대외적으로도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반도체 클린룸 고성능 필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코멤텍은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 일환으로 전략 핵심소재 자립화를 위한 정부 개발 과제인 ‘반도체 클린룸 공기질 관리용 공조소재 개발’ 1단계 사업을 통해 국내 최초로 확장형 PTFE 분리막(멤브레인) 기반의 고성능 헤파(HEPA)·울파(ULPA) 필터를 개발했다.



반도체 클린룸 필터는 주로 유리섬유 소재 원단으로 만들어 왔다. 하지만 유리섬유의 불량률 때문에 PTFE 소재로 대체돼 왔고, 일본과 미국만 이 제품을 생산해 고가에 판매해 왔다. 국내에서도 여러 차례 기술개발을 시도했지만 지난 30여 년간 국산화하지 못해 100%로 수입에 의존해왔다. 코멤텍은 그동안 축적된 PTFE 멤브레인 생산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원재료 배합, 에어 포켓 형성 적층 기술과 저적층 레이어 미디어 개발을 통해 효율과 차압,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한 새로운 개념의 제품을 출시했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 지금까지 R&D에만 약 400억원을 투입했다”며 “최근 삼호그린인베스트먼트(SGI)로부터 90억원을 투자 받으며 고성능 헤파·울파 필터기술을 적용한 양산 설비를 도입해 연료전지 생산라인과 함께 제3공장을 신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MEA 시장 선점 노려


코멤텍은 현재까지 산업은행, 한국과학기술지주 등 7개 투자기관에서 총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 대표는 “이번 SGI의 투자를 계기로 MEA(막전극접합체) 시장과 고성능 필터 시장으로의 전략적인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업계에선 김 대표가 밝힌 MEA 시장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연료전지 부품 가운데 연료전지 스택(Stack)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전기 생산을 담당한다. 연료전지 발전효율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가격 비중도 가장 높다.


특히 스택 내부에서 가장 비싼 부분이 막-전극 접합체(MEA·Membrane-Electrode-Assembly)다. 업계 전문가들은 “소재, 부품, 장비 등 이른바 소부장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선 연료전지용 핵심부품인 MEA 기술의 선진화가 꼭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멤텍 제1공장, 코멤텍 제2공장

사진설명코멤텍 제1공장, 코멤텍 제2공장



코멤텍은 MEA 시장 진출을 위해 독자적인 음극·양극재 및 제조방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더불어 다양한 전극 사이즈를 생산해낼 수 있는 코팅 기술도 확보했다.


김 대표는 “무엇보다 자사가 자체 생산한 막으로 MEA를 제조하게 되면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며 “이러한 기술과 가격적인 면을 활용해 완성차 시장 대신 버스나 트럭 등 대형차와 발전용 설비, 이동형 모빌리티에 우선 제품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수소연료전지의 고부가가치 분야를 모두 선점해 가격은 낮추고 성능은 높인 최상의 제품으로 승부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김성철 대표는 “현재 KB증권과 함께 기술특례 상장도 준비하고 있다”며 “2022년엔 상장과 새로운 시장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안재형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6호 (2022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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